아직 유럽에서 뛸 수 있는데… 사우디에서 뛰고 있는 가장 아까운 선수 5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스타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 프로리그의 영입 전략에는 이전과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커리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슈퍼스타뿐 아니라 유럽 빅리그에서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선수들까지 사우디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들의 마지막 대형 계약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제는 20대 중반 선수들의 이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명단에서 호날두와 같은 베테랑들은 제외했다. 기준은 단순하다. 현재 나이와 기량을 고려했을 때 지금 당장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세리에A 또는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돌아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수들이다. 물론 사우디 리그에서 뛰는 것이 선수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최근 사우디 리그의 수준과 투자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다만 축구 팬의 입장에서 여전히 유럽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보고 싶은 선수라는 의미에서 다섯 명을 선정했다.

이 명단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가브리엘 마티넬리다. 마티넬리는 2026년 여름 아스날을 떠나 알 힐랄에 합류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나이다. 2001년생인 마티넬리는 이제 막 2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일반적인 공격수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오히려 전성기가 시작될 시점에 가깝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미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공격수가 이 시기에 유럽을 떠났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팬들이 있을 만하다.
마티넬리의 가장 큰 장점은 여전히 유럽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공격 능력이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뒷공간 침투,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은 전환 속도가 빠른 팀에서 특히 위협적이다. 물론 아스날에서 마지막 시기에는 경기력의 기복과 공격 포인트 생산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유럽 무대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에A, 라리가의 강팀으로 이동했다면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폭발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던 선수다. 그런 의미에서 25세의 마티넬리가 사우디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명단의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준다.

주앙 펠릭스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아쉬운 선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2019년 거액을 투자해 영입했을 때만 해도 유럽 축구의 다음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이후 첼시와 바르셀로나, AC 밀란 등을 거치면서 자신의 재능을 꾸준하게 보여줬지만 어느 팀에서도 완벽하게 정착하지 못했고 결국 2025년 알 나스르로 향했다. 그러나 사우디에서 펠릭스의 재능은 다시 폭발했다.
2025-26시즌 펠릭스는 사우디 프로리그에서 20골 13도움을 기록했고, 특히 13도움은 리그 전체 1위였다. 33경기에서 9차례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으며 결국 호날두와 이반 토니, 훌리안 키뇨네스, 후벵 네베스를 제치고 사우디 프로리그 올해의 선수까지 차지했다. 알 나스르의 리그 우승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이런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아직 20대 중반이라는 것이다. 펠릭스의 기술과 창의성, 좁은 공간에서의 플레이를 생각하면 유럽에서도 그를 활용할 수 있는 팀은 충분히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테오 에르난데스 역시 사우디로 떠났을 때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 선수다. AC 밀란에서 뛰던 시절 테오는 유럽 최고의 공격형 왼쪽 풀백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단순히 측면에서 오버래핑하는 수비수가 아니라 직접 공을 몰고 상대 진영 깊숙한 지역까지 전진할 수 있고 때로는 중앙으로 침투해 공격을 마무리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현대 축구에서 이런 유형의 풀백은 상당히 희귀하다.
현재 테오는 알 힐랄의 주전 수비수로 뛰고 있다. 물론 그의 선택을 커리어 실패라고 평가할 이유는 없다. 알 힐랄 역시 막대한 투자를 통해 수준 높은 선수단을 구축했고 아시아 최고 수준의 클럽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테오의 나이와 신체 능력을 고려하면 여전히 챔피언스리그 상위권 팀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공격적인 왼쪽 풀백을 찾는 유럽 빅클럽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당장 유럽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여러 빅클럽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선수라는 점에서 이 명단에 포함할 이유가 충분하다.

후벵 네베스의 사우디행은 지금과 비교해도 상당히 충격적인 이적이었다. 울버햄튼에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중앙 미드필더로 평가받던 네베스는 여러 유럽 빅클럽과 연결됐지만 2023년 알 힐랄을 선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26세였다. 일반적으로 중앙 미드필더가 전성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유럽 무대를 떠났다는 점 때문에 많은 축구 팬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네베스의 경기 운영 능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긴 패스를 통한 방향 전환,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능력, 중거리 슈팅과 세트피스까지 갖추고 있어 경기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미드필더다. 실제로 2025-26시즌에는 사우디 프로리그 올해의 선수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고, 리그에서 2,000개 이상의 패스를 기록한 단 네 명의 선수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이런 유형의 미드필더는 나이가 들어도 경기 이해도와 패싱 능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 복귀 가능성을 상상하기 더욱 쉽다. 네베스가 프리미어리그나 라리가의 상위권 팀에서 다시 뛰더라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이반 토니 역시 유럽에서 조금 더 보고 싶었던 공격수다. 브렌트포드에서 뛰면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고 강한 피지컬과 제공권,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결정력을 보여줬다. 특히 상대 센터백과 직접 싸우면서 공격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빅클럽들의 스트라이커 후보로 자주 거론됐다. 하지만 토니가 선택한 행선지는 유럽의 빅클럽이 아니라 알 아흘리였다.
사우디에서의 성적을 보면 그 선택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토니는 2025-26시즌 리그에서 무려 32골을 기록하며 마지막 라운드까지 득점왕 경쟁을 펼쳤고, 훌리안 키뇨네스에게 단 한 골 차이로 골든부트를 내줬다. 그리고 2026-27시즌 초반에는 오히려 더 무서운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첫 7경기에서 10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로 치고 나갔다. 여전히 강력한 피지컬과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오더라도 스트라이커가 필요한 여러 팀에서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선수다.
사우디는 더 이상 은퇴 직전 스타들이 가는 리그가 아니다
이 다섯 명을 보면 사우디 프로리그의 변화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마티넬리는 25세에 알 힐랄로 이동했고 펠릭스 역시 아직 20대 중반이다. 테오 에르난데스와 후벵 네베스는 유럽에서도 희소성이 높은 포지션과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며, 토니는 사우디에서 여전히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커리어 마지막 대형 계약을 찾아 사우디로 이동했던 과거의 스타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이제 유럽 클럽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은 사우디 구단들이 전성기가 지난 유명 선수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2026년 여름 알 힐랄은 마티넬리뿐 아니라 올리 왓킨스, 크리센시오 서머빌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데려왔다. 사우디 프로리그가 유럽에서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하면서 선수 이동의 방향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왜 벌써 사우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을 받는 선수들이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축구 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만약 지금 유럽 빅클럽으로 돌아온다면 이 다섯 명 가운데 누가 가장 높은 수준에서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

가브리엘 마티넬리
주앙 펠릭스
테오 에르난데스
이반 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