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12월이다. 바쁜 연말 시즌이 금세 찾아올 거고, 그 뒤에는 1월 이적 시장이 열린다. 전통적으로 축구팬들에게 가장 김빠진 이적 시장으로 평가받는 시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일찍 흥분하거나, 2025년이 다가오면 이적이 필요한 선수들에 대해 떠드는 걸 멈출 이유는 없다. 우선 이 10명의 선수부터 주목해보자.
세르히오 레길론 (토트넘)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팀을 떠난 줄 알았다. 아니, 사실 그를 떠올릴 일이 거의 없었지만.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브렌트포드에서 임대 생활을 보낸 이후 이번 시즌에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가 터키나 어디 다른 곳으로 또다시 임대를 간 줄로 생각했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레길론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벤치에 앉은 것은 이번 시즌 단 한 번, 코번트리와의 카라바오컵 경기뿐이다. 요즘처럼 유로파리그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토트넘 팀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경기 벤치에 16세의 말라키 하디나 17세의 칼럼 올루세시 같은 어린 선수들까지 포함시키는 상황에서, 27세의 스페인 국가대표인 레길론이 철저히 배제된 건 뭔가 의미심장하다.
어차피 그의 계약은 이번 여름에 만료된다. 재계약 가능성이 낮다는 건 굳이 앞서 나가 말할 필요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6개월 먼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최소한 코번트리 벤치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다.
키어넌 듀스버리-홀 (첼시)
첼시는 이번 시즌 내내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있다. 요즘은 콜 팔머가 뛰어난 활약을 하지 않아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엔조 마레스카 감독은 모든 혼란을 조용히 수습하며 팀을 일관되고 효율적인 상태로 만들어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터무니없어 보였던 첼시의 독특하고 괴짜 같은 스쿼드 구축 방식도 이제는 덜 미친 것처럼 보인다. 불필요한 선수들은 대부분 정리됐고, 남은 선수들은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키어넌 듀스버리-홀만 제외하면 말이다. 처음부터 의문을 자아냈던 그의 영입에 대해 우리가 옳았다는 약간의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다.
그는 이번 시즌 총 583분을 뛰었지만, 이 숫자에 속아선 안 된다. 그 중 거의 400분은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에서 소화한 시간이다. 물론 첼시가 목요일 밤의 의례적인 경기들에 선수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 역할에 £4000만짜리 전문 선수가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추가로 147분은 카라바오컵에서 뛰었으나, 뉴캐슬에 패하며 더 이상 신경 쓸 대회는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출전 시간은 겨우 44분에 불과하다.
주말에 열린 레스터 원정 경기에서는 91분에 교체 출전했는데, 마침 그의 친정팀이 골을 넣는 장면을 지켜보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첼시 미드필드에 어울리지 않는 건 확실하지만,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26세의 선수가 컨퍼런스 리그 전문 선수로 분류되는 건 분명 낭비다. 이런 상태로 남아있을 이유는 없다.
벤 칠웰 (첼시)
컨퍼런스 리그 전문 선수로 분류되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일이 뭔지 아는가? 바로 컨퍼런스 리그 스쿼드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같은 팀에서 두 명의 선수를 이런 기사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하지만, 칠웰의 상황은 다르다. 이번 시즌 그의 기록은 단 45분, 그것도 카라바오컵 바로우전에서 뛴 게 전부다.
감독이 그를 속인 것도 아니다. 마레스카 감독은 8월에 “떠나는 게 더 낫다”고 했고, “칠웰은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의 포지션 때문에 우리 팀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마치 더 오피스의 가레스 키넌이 지게차 운전사 앤톤을 평가하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9월에도 마레스카는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그에 대한 계획은 떠나는 것이었다.” 물론 칠웰이 발이 작아서 페달에 닿으려면 굽이 높은 신발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분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연결설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전적으로 환영한다. 특히 칠웰이 메이슨 마운트와 함께 몇 달 뒤 토마스 투헬이 이끄는 첫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더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카세미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릭 텐 하흐의 축구에서 요구되는 느린 템포에 맞추는 것도 이미 벅찼던 카세미루다. 하지만 루벤 아모림이 원하는 더블 피벗 시스템에서 이 브라질 베테랑이 얼마나 더 어려움을 겪게 될지 굳이 시연해 보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그 파트너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두 선수 모두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축구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고도의 에너지와 체력을 요구하는 미드필드에서 서로를 대신해 뛰어줄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카세미루와 에릭센은 기술과 지능 면에서는 탁월하지만, 체력과 활동량 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카세미루여, 이제 그냥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서 편히 쉴 시간이다.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지금까지 증명한 모든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만약 더 증명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아모림이 구상하는 새로운 올드 트래포드에서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올렉산드르 진첸코 (아스널)
부상이 겹친 시즌이 그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스널이 맨체스터 시티 때처럼 이제는 진첸코를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아스널이 중위권에서 타이틀 경쟁팀으로 변모하는 데 그의 정신력과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즌 개막전 이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선발로 나서지 못한 진첸코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의 경험이 더 절실히 필요한 다른 곳에서 2025년에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27세라는 나이는 여전히 주전으로 뛸 만한 나이이지, 부분적인 멘토 역할에 만족할 시기는 아니다. 아스널에서의 첫 두 시즌 동안 각각 프리미어리그 27경기에 출전했던 그가 이번 시즌에는 그 숫자에 크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8월 개막전 이후로는 몇 번 짧게 교체 출전한 것이 전부다.
미겔 알미론 (뉴캐슬)
뉴캐슬에서 후보로 떠오를 만한 선수들이 몇 있지만, 앤서니 고든은 물론 제이콥 머피에게까지 순위에서 밀려난 알미론만큼 명확한 사례는 없다.
알미론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파괴적인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짧지만 강렬했던 시절은 이제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이번 시즌 그의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은 지난달 첼시전 1-2 패배가 유일하며, 11월에는 경기장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남미, 심지어 미국 팀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뉴캐슬의 요구 금액이 걸림돌이 됐다. £1500만이라는 금액이 언급되었는데, 약간 낙관적인 숫자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모든 당사자에게 이로운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마크 게히 (크리스탈 팰리스)
‘1월 이적이 필요한 선수’라는 주제에는 항상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 번째는 가장 명백한 경우로, 팀에서 입지가 줄어들어 경기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선수들이다. 우리가 보통 가장 많이 주목하는 유형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도 있다. 현재 많은 경기를 뛰고 있더라도, 그 팀에서 계속 뛰는 것이 선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뉴캐슬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게히를 지켜내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이번 시즌 셀허스트 파크에서의 상황은 암울하다. 팰리스 팬들은 우리가 팀의 최고 선수 중 한 명을 ‘팔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게히는 올여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으며, 2025년 새 감독 체제 아래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 잡을 기회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불안정한 상황의 팰리스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팰리스는 올겨울 이적 시장에서 여름과 비슷한 질문들을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당시보다 훨씬 더 불리한 상황에서 이러한 질문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 고메즈 (리버풀)
리버풀의 이적과 관련된 진짜 흥미로운 이야기는 내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특히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이브라히마 코나테, 무엇보다 모하메드 살라와 관련된 계약 문제가 현재의 안정된 팀 분위기를 흔들 가능성을 여전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버풀이 현재 거의 완벽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1월 이적 시장에 급히 떠나려는 선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 고메즈는 이번 시즌 카라바오컵에서만 선발로 출전했으며, 27세라는 나이에 잉글랜드 대표팀 자리를 되찾으려면 벤치에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비록 임대라도 경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고메즈를 원하는 수준 높은 구단들도 적지 않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뉴캐슬이 관심을 보였으며, 이번에도 다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아스톤 빌라도 또 다른 잠재적인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다.
존 스톤스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시티의 상황이 점점 더 불안해지는 가운데, 존 스톤스는 누구보다도 팀을 떠날 이유가 많은 선수다.
스톤스는 오랫동안 잉글랜드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아 왔으며, 이제 30세로 커리어의 정점에 있어야 할 시기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시티에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고, 간혹 출전할 때도 경기 감각이 떨어져 보인다. 이는 곧 다시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그의 잉글랜드 대표팀 자리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잉글랜드가 그의 경험과 대회에서의 노련함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스톤스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 지금처럼 간헐적으로 경기에 나서다 토트넘전처럼 전반에 교체되는 상황은 그를 더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특히 루벤 디아스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스톤스가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입지를 더욱 심각하게 보여준다.
에미 부엔디아 (아스톤 빌라)
이번 시즌 아스톤 빌라에서 부엔디아가 뛴 시간은 단 208분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카라바오컵에서 기록한 것이며,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뛴 시간은 고작 40분에 불과하다. 빌라가 크리스탈 팰리스에 홈에서 패하며 카라바오컵과도 작별했음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더 아쉽게 느껴진다.
카라바오컵에서 두 차례 선발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부엔디아는 벤치에서 짧게 교체 출전하는 데 그치는 선수가 되고 말았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7경기에 출전했다는 기록 자체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모든 시간을 합쳐도 40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상황이 명확해진다.
그가 챔피언스리그 클럽 브뤼헤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10분이 이번 시즌 두 주요 대회에서 가장 길었던 출전 시간이다. 이는 빌라의 주력 대회들에서 그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제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