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핫스퍼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 시대가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덴마크 출신 사령탑은 강등권 싸움 한가운데로 추락한 팀을 끝내 반등시키지 못했고, 홈에서 당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1대2 패배가 사실상 마지막 결정타가 됐다. 리그 16위, 강등권과 승점 5점 차라는 위기 속에서 구단은 변화를 택했다.
프랑크는 브렌트퍼드에서의 뛰어난 성과로 기대를 모았지만, 토트넘 핫스퍼 팬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안지 포스테코글루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리그 17위라는 성적 탓에 포스테코글루 경질 자체는 합리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프랑크의 리그 성적은 오히려 더 나빴다. 2026년 들어 리그 무승이라는 결과 앞에서 구단은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었다.
이제 관심은 차기 사령탑으로 쏠린다. 즉각적인 정식 감독 선임이 될지, 시즌 종료까지 임시 체제로 갈지는 불투명하지만, 유력 후보 다섯 명이 거론되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현재 언론들이 꼽는 1순위 후보일 뿐만 아니라,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인물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지도자와 구단 사이에 형성된 감정적 유대는 분명하다. 그가 지휘봉을 잡았던 5년 동안 토트넘의 위상은 뚜렷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포체티노는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토트넘을 다시 잉글랜드 축구의 강자로 되돌려 놓았다.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구단 역사상 손꼽히는 성과도 이끌어냈다. 현재 53세인 그는 여전히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현실적인 걸림돌도 존재한다. 포체티노는 현재 미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어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야 움직일 수 있다. 이는 토트넘이 차기 시즌 준비 기간 동안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며, 정상적인 프리시즌 구상과 팀 구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로베르토 데 제르비의 마르세유 이탈 시점은 토트넘 핫스퍼의 감독 공백과 정확히 맞물린다. 토마스 프랑크가 같은 날 경질되면서, 두 사건은 자연스럽게 연결선상에 놓이게 됐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는 토트넘 내부에서 꾸준히 높게 평가받아 온 인물이다. 여름 이적시장 당시, 토트넘 핫스퍼가 안지 포스테코글루의 후임을 물색하던 과정에서 데 제르비가 제안을 거절했다는 보도도 복수의 유력 매체를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비록 올랭피크 마르세유를 떠났지만, 데 제르비의 명성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유럽 무대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전술적 완성도와 경기 주도 능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다만 그의 강한 성향은 분명한 변수다. 데 제르비 특유의 직설적이고 불같은 성격은 토트넘의 구단 운영 구조, 특히 구단 수뇌부와의 관계에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이 그의 이름이 토트넘과 계속 연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임 가능성에 상당한 의문부호를 남기는 이유다.

마르코 실바
마르코 실바는 매우 흥미로운 선택지다. 그는 지난여름 안지 포스테코글루의 후임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48세의 포르투갈 출신 감독 실바는 풀럼에서 이뤄낸 성과에 비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풀럼은 선수단 규모와 재정 면에서 결코 상위권 클럽이라 보기 어렵지만, 실바는 이 팀을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전력으로 끌어올리며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실바의 계약은 올여름 만료될 예정이다. 현실적으로 그는 풀럼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을 이미 해낸 상태이며, 새로운 도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 출신 지도자인 그는 다가오는 시즌을 앞두고 여러 클럽들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적 조건이다. 실바는 비교적 낮은 보상금만으로도 풀럼에서 즉시 데려올 수 있는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감독 교체를 서둘러야 하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사비 에르난데스
사비는 2024년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후 아직 지도자 커리어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 핫스퍼는 스페인 출신 지도자를 다시 벤치로 불러낼 수 있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46세의 사비는 과거 잉글랜드 무대에서 감독직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토트넘은 그에게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라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클럽이지만, 그가 실제로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사비는 바르셀로나 시절 결코 순탄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팀을 이끌었다. 재정적 제약과 스쿼드 운영의 한계 속에서도 그는 젊은 자원들의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라미네 야말과 파우 쿠바르시를 1군에 정착시킨 점은 사비의 지도력에서 가장 높게 평가되는 성과 중 하나다.
다만 토마스 프랑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하면, 사비의 감독 경력은 상대적으로 화려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을 소유하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그의 철학은 토트넘 팬층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점에서 사비는 불확실성과 매력을 동시에 지닌, 토트넘의 또 다른 선택지로 남아 있다.

로비 킨
로비 킨은 다소 의외의 선택지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토트넘 핫스퍼를 맡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지도자 커리어 초반 성과만 놓고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로비 킨은 감독으로서 흥미로운 경로를 밟아왔다. 그는 이스라엘의 마카비 텔아비브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헝가리 명문 페렌츠바로스로 자리를 옮겨 또 한 번 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시즌 역시 페렌츠바로스는 리그 우승에 근접해 있으며, 유로파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 단계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45세의 킨은 지금까지 맡은 두 번의 감독직 모두에서 분명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경험 면에서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우승을 아는 감독’이라는 점은 분명한 강점으로 남는다.
무엇보다 킨은 토트넘과의 연결 고리가 확실한 인물이다. 선수 시절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22골을 기록하며 한 시대를 대표했던 공격수였고, 구단과 팬들에게 남긴 인상은 여전히 강렬하다. 당장의 현실적 선택지라기보다는 장기적 가능성에 가까운 카드지만, 토트넘과의 정서적 접점까지 고려하면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