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이 지난 여름 영입한 에베레치 에제의 복귀 스토리는 한 편의 동화처럼 시작됐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플레이메이커로 성장한 에제는 어린 시절 몸담았던 아스날로 돌아오며, 공격진에 창의성과 개성을 더해줄 ‘X팩터’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을 향하는 현재, 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점점 악몽에 가까워지고 있다.
에제는 최근 브렌트퍼드와의 리그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 45분 만에 교체됐다. 해당 경기 전반 기록은 충격적이었다. 슈팅 0회, 드리블 0회, 키패스 0회. 크리스탈 팰리스 시절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북런던 더비의 한순간, 그리고 침묵
물론 에제의 아스날 생활이 완전히 어두웠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기록한 해트트릭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열광시켰고, 그의 재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리그 16경기에서 에제는 무득점, 단 1도움에 그치고 있다. 한 경기의 폭발력은 있었지만, 꾸준함이라는 측면에서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아르테타의 선택과 냉정한 평가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브렌트퍼드전 하프타임 교체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유형의 선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전술적인 판단이었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에제의 적응 문제에 대해 “새 팀으로 이적하면 항상 쉽지 않다. 특히 공이 바닥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경기 양상에서는 창의적인 공격 자원들이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에제가 단순한 부진을 넘어, 팀 스타일 자체와 충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크리스탈 팰리스와 아스날의 결정적 차이
에제가 고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그는 사실상 자유 역할을 부여받았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환경에서 공을 오래 소유하며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반면 아스날은 매 경기 주도권을 쥐고, 상대의 극단적인 수비 블록을 공략해야 하는 팀이다. 빠른 압박, 높은 템포, 제한된 공간 속에서의 즉각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이는 에제가 가장 빛났던 조건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점에서 그의 상황은 잭 그릴리시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이후 겪었던 과정과 닮아 있다. 그릴리시 역시 아스톤 빌라에서의 자유로운 역할을 잃고, 조직적인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색을 줄여야 했다.
적응인가, 이탈인가
현재의 문제는 단순한 체력 저하나 일정 부담이 아니다. 점점 더 ‘스타일적 미스매치’라는 진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에제가 아스날의 요구에 적응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를 찾게 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스날로의 복귀가 축구 동화가 아닌 냉혹한 현실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Let it all work out”이라는 노래와 함께 환영받았던 그날의 장면은 여전히 선명하지만, 지금의 에제에게 축구는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