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챔피언 알힐랄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 영입을 고려 중이다. 현재 협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6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알힐랄이 ‘특별 이적기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적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여지가 생겼다.
알힐랄은 클럽 월드컵 참가 구단 자격으로 FIFA로부터 6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조기 이적 허용 기간을 부여받았다. 이 기간 동안 유럽 클럽들보다 앞서 선수 영입을 단행할 수 있으며, 특히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클럽의 주요 타깃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알힐랄은 해당 대회에서 레알 마드리드, 파추카, 잘츠부르크와 같은 강팀들과 맞붙을 예정이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풍부한 ‘빅네임’ 영입을 검토 중이다.
알힐랄은 이미 루벤 네베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칼리두 쿨리발리 등 유럽 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브루노는 전술적 영향력과 리더십, 경기 템포 조율 능력에서 가장 이상적인 보강 자원으로 평가된다. 특히 클럽 월드컵이라는 국제 무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경험자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공식적으로 브루노를 판매 대상에 올린 적이 없으며, 루벤 아모림 감독 또한 그를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지칭하며 팀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브루노는 지난해 여름 2027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으며, 1년 추가 옵션도 포함되어 있어 현 시점에서 계약적으로는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
하지만 재정적 측면은 또 다른 문제다. 맨유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재정지속성규정(PSR) 준수를 위해 선수단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소년 출신인 코비 메이누,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등을 매각 대상에 올릴 수도 있지만, 구단 내외부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액 주급자 또는 시장 가치가 높은 1군 주전의 매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경우 브루노는 팀 내 상징성과 동시에 실질적인 매각 가치를 가진 몇 안 되는 자원이다.
브루노 본인 역시 최근 유로파리그 결승전 패배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구단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는 항상 이 클럽에 남고 싶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구단이 떠나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면 받아들이겠다. 구단이 나를 팔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면, 그 또한 축구다.” 이 발언은 충성심을 드러내면서도 구단의 판단에 따라 이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나이는 브루노에게도 변수다. 오는 9월이면 만 31세가 되는 그는 지금이 커리어 상 마지막으로 고가 이적이 가능할 시점이다. 사우디 리그의 투자력과 알힐랄의 재정력, 그리고 선수 본인에게 제시될 고액 연봉까지 감안하면, 구단이 이적을 결단할 명분은 충분하다. 특히 특별 이적기간이라는 알힐랄만의 시간적 이점까지 더해진다면, 이적 논의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맨유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지만, 팀 재정 상황과 선수단 리빌딩 계획, 그리고 PSR 대응 전략이 맞물리는 순간 브루노의 이적이 현실화될 수 있다. 브루노는 여전히 맨유의 중심이지만, 다음 시즌에도 그가 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 여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하다. 클럽의 선택에 따라, 주장 완장의 무게가 이 여름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