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가 2026/27시즌부터 재정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클럽들은 기존 PSR 규정 대신 스쿼드 코스트 레이쇼(Squad Cost Ratio, SCR)와 지속가능성·시스템 회복력(Sustainability and Systematic Resilience, SSR) 규정을 적용받게 되며, 가장 논란이 컸던 Top-to-Bottom Anchoring(TBA) 제안은 표결에서 부결됐다.
이번 개편은 프리미어리그가 UEFA 대항전 참가 클럽과 비참가 클럽 간의 기준 차이로 인해 발생해 온 혼선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리처드 매스터스 프리미어리그 CEO는 “영국 클럽들이 동시에 두 개의 규정을 운영하며 재정 계획에 어려움을 느껴 왔다”며 “UEFA와의 규정 일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SCR 규정은 UEFA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는 클럽은 수익의 최대 70%만을 선수단 관련 비용(이적료·임금)에 쓸 수 있으며, 유럽 무대에 나서지 않는 클럽은 최대 85%까지 허용된다. 여기에 최대 30%까지 초과 지출이 가능한 ‘멀티 이어 버퍼’가 추가되지만, 이를 소진할 경우 제재가 적용된다.
프리미어리그는 이를 통해 “클럽들이 매년 명확한 예산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과도한 재정 손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PSR 규정이 과거 손익 분석에 집중했다면, SCR은 연도별 지출 상한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SSR 규정은 클럽의 재정 건전성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장치다. 워킹캐피털 테스트, 유동성 테스트, 자본건전성 테스트 등 세 가지 지표를 기반으로 클럽의 단·중·장기 재정 위험을 평가하며, 위험 신호가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감독이 이루어진다. 재정 파산, 불법적 지출, 인위적 회계 처리 등 과거에 반복되던 문제들이 목표다.
제재 수위는 기존보다 강력해질 전망이다. BBC 보도에 따르면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클럽은 6점 감점을 받게 되고, 이후 초과 지출 650만 파운드마다 추가 감점이 부과될 수 있다.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프리미어리그 내부에서는 “경쟁 구도의 공정성을 위해 강력한 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TBA 제안은 구단주와 선수노조(PFA)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폐기됐다. 해당 제안은 리그 최하위 클럽의 TV 수익 기반으로 전체 클럽의 최대 지출 상한을 정하는 방식으로, 구단 간 격차를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맨유 구단주 짐 랫클리프는 “이 제안은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클럽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PFA 역시 “임금 상한은 선수의 노동권을 침해한다”며 법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결정으로 프리미어리그는 UEFA 규정에 맞춘 SCR 중심 재정 구조로 전환하며, 동시에 구단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SSR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유럽 내에서 가장 강력한 상업 수익 구조를 가진 리그가 어떤 균형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